하와이 신혼여행 ②

몰려오는 잠에도 불구하고, 창 밖으로 환상적인 풍경이 펼쳐지는 탓에 도저히 잠들 수가 없었다.

낮게 깔린 잔잔한 구름 덕분에 하늘은 더욱 아름답고, 짙은 남색 물감이라도 풀어 놓은 듯한 바다색이 해안으로 갈수록 점차 아름다운 에메랄드 빛깔로 물들어가는 모습은- 정말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감동을 주었다.

마우이 섬에 다가갈수록 점점 더 설레는 기분, 섬에 딱- 내리면 뭔가 다른 세계가 펼쳐질 것 같은 느낌이랄까? 여하튼 섬 풍경을 멍하니 감상하고 있다보니 어느새 1시간여의 비행 시간이 훌쩍 지나버리고 착륙을 앞두고 있었다.

 

비행기 창밖으로 보이는 환상적인 섬의 전경… 이런 멋진 곳에서 여유를 즐길 생각을 하고 있자니 괜시리 설레인다. 풍경이 너무 아름답지만- 그래도 어서 착륙했으면..

 

드디어 마우이에 도착! 비행기에서 내린 사람들 모두 발길이 분주하다. 빨리 공항 밖으로 빠져나가서 마우이의 햇살과 공기를 쐬이고 싶다는 생각을 하는건 나 뿐만이 아닌가 보다.

 

마우이에서는 해안도로를 따라서 드라이빙을 할 일도 많을 것 같고, 한적한 도로에서 차 뚜껑을 열고 바람을 쐬며 신나게 달려보고 싶은 마음에 ‘마우이에서는 무조건 컨버터블로 빌리자’ 라고 약속을 했었다.

정신없는 일정 속에서 차 렌트를 미루고 미루다가 결국 결혼식을 열흘 정도 앞두고서 렌트를 알아보았는데… 헉!! 계획하고 있던 머스탱 컨버터블이 모두 매진되고, 렌탈 가격이 세배도 넘는 독일제 럭셔리 컨버터블만 예약 가능 명단에 올라와 있었다. 당황스러운 나머지 허겁지겁 예비 신부님께 연락해서 이실직고 하고는 한바탕 잔소리를 들었는데…

허탈한 마음에 다시 인터넷으로 알아보다가 보니, 이게 웬걸! Hertz 에서 빌릴 생각에 공홈에 들어가서 예약하려 했는데, 공홈에는 안뜨던 차량이 렌탈 업체들을 비교 검색해주는 사이트에서는 잔뜩 뜨더라. 한바탕의 해프닝으로 끝난 안타까운 사연이랄까-

혹시 차량 렌탈을 예약할 때, 공홈에 예약 가능한 차량이 없다고 떠도 당황하지 말고 침착하게 다시 검색을 해보는게 좋겠다.

 

우리가 렌트한 머스탱 컨버터블. 역시 하와이 해안도로에서는 컨버터블 차량으로 달려볼만 하다. 부릅뜨고 있는 두 눈이 듬직하다!!

 

호텔에 들어가는 길에 공항 근처에 있는 Walmart 에서 장을 봐서 들어가기로 계획을 세웠다. 공항을 출발하여 지체없이 마트로 향하다.

시간을 아끼려고 정신없이 필요한 물건들을 담고 계산을 하고 나오다보니, 마트 안에서는 미처 사진도 찍지 못하고 나와버렸다. 도착 직후 느꼈던 기대감과 즐거움이 잔뜩 묻어있던 쇼핑이었는데, 사진을 못남긴게 뒤늦게가서 아쉽더라.

 

꽤 어마어마한 규모의 Walmart. 사고 싶은 간식거리가 많았지만, 들러야 할 맛집도 많았기 때문에 먹거리는 음료수를 사는 것 정도로 만족했다.

 

우리가 예약했던 북서쪽 해변에 위치한 리조트로 이동하는 길. 해안가를 따라서 쭉- 달릴 수 있는 해안 도로이다보니, 멋진 차창 밖 풍경에 자꾸 시선을 빼앗긴다. 안전 운전을 위하여 바람도 쐴겸 아예 해안길에 위치한 Viewpoint 에 차를 대고 경치를 감상했다.

멋지게 펼쳐진 바다, 맑은 공기.. 결혼식도 무사히 마친터라, 그 후련함에 복잡했던 머리 속도 맑아진 느낌. 가만히 서서 풍경을 바라보는데 세상 그 어느 것도 부러울 것이 없다.

 

고래를 볼 수 있다고 하는데, 아쉽게도 여행 동안에 고래는 딱 한 번 보았다… 저- 멀리서 물 분수를 내뿜으며 수영을 하는데, 고래가 얼마나 큰지- 까마득하게 먼 곳인데도 눈에 띌 정도더라.

 

뷰 포인트는 깎아 내릴듯한 절벽에 위치하고 있어서 넓은 바다 풍경이 훤~하게 보인다. 바람도 시원하게 불고, 경치를 감상하기 딱 좋다.

 

배가 뉘엇뉘엇 지려하고 있다. 오픈 카라서 좋은 건, 차가 정체될 때 창문을 열 필요도 없이 이런 멋진 샷을 찍을 수 있다는 것. 이런 동네에서는 운전하는 재미도 솔솔하지만, 조수석에 앉아 차창 밖 사진을 찍으면서 경치 감상하는 재미도 솔솔하겠다. 아쉬운 맘에 사진을 몇 장 남기고 다시 운전에 집중하다!

 

한참을 해안도로로 달리다 보면, 섬의 북서쪽에 고급 리조트들이 모여있는 동네가 나온다. 길도 널찍한데다가 거리의 야자수 나무도 잘 정돈되어 있기에, 입구에만 들어서도 이제 다 왔구나 싶다.

우리가 예약한 리조트는 쉐라톤 마우이(Sheraton Maui) 리조트.

지어진지 얼마 안된 리조트들은 섬의 남서쪽 부근에 위치하지만, 거긴 너무 비싸서 패스하고 우리가 감당할 수 있을만한 리조트로 골랐다.

하와이에 오래 사셨다는 사진 작가분의 말씀에 따르면, 마우이 쪽에서는 연식이 꽤 지난 리조트들이 대부분이기 때문에 신식의 시설을 기대하면 안된다고 하더라. 최악의 경우를 생각하고 내심 걱정도 많이 했지만, 생각보다 시설도 괜찮고 깔끔했다.

비록 직원들이 너무 쌀쌀맞고, 인종 차별적인 느낌을 약간 받았지만 이건 운명이라고 생각할 수밖에… 알아보다보니 하와이 현지인들의 인종차별적인 태도는 예전부터 문제가 되었다고 하더라. 백인들에게는 눈에 띌 정도로 눈웃음과 친절하게 설명을 해주지만, 동양 사람들에게는 무뚝뚝한 표정으로 말도 건네는 법이 없다. 너희 따위가 영어나 할 줄 알겠냐는 건지… 기분 나빠서 숙소에 들어가자마자 항의 메일 한 통 날려주었다. 사실 별 의미는 없겠지만 소심한 복수랄까-

 

쉐라톤 마우이 리조트 입구. 깔끔하게 꾸며놓았다. 여기 큰 길은 좌측으로 비슷하게 생긴 여러 리조트들이 쭉 늘어서있는 동네라서, 경치 감상하면서 길을 달리다가는 입구를 놓치지 쉽다.

 

우리가 묵은 방 내부 풍경. 따뜻하게 비추는 햇살이 느낌 좋다. 다른 나라에서 묵었던 고급 리조트들에 비하면 열악한 편이지만, 그래도 참 깔끔하고 잘 정돈되어 있다. 도마뱀이 여기저기서 기어다닐 줄 알았지만, 도마뱀은 한 마리도 볼 수 없었다.

 

생각했던 것보다 도착 시간이 늦어져서, 짐만 내려놓고 서둘러서 뛰쳐 나왔다.

숙소로 가는 길 내내, 허기진 나머지 머리 속에는 ‘맛집’ 생각만 맴돌았던 터라, 리조트에서 여유를 즐길 새도 없었다. (리조트를 못즐긴건 나중에 가서 약간 후회하긴 했지만 말이다.)

마우이에서는 차량이 생각보다 많아서 군데군데 약간의 정체가 생기기도 했지만, 그래봤자 우리나라에 비하면 별것도 아닌 정체다. 풍경이 멋져서 드라이브 할 맛도 나기 때문에 잠깐의 정체는 오히려 반갑기까지 하다.

맛집을 가려면 대부분이 리조트 동네에서 멀리 나와야 했지만, 이런 멋진 풍경 덕분에 이동시간이 결코 지루하지 않았다.

 

마우이의 쇼핑 센터인 라하이나 마우이 아울렛에 도착하다.

쇼핑을 위해서 간 건 아니고, 관광객들이 아울렛을 많이 들르기 때문인지 요 근처에 맛집들이 많더라.

인터넷 정보에 따르면, 여기 아울렛은 생각만큼 저렴하지가 않아서 굳이 여기서 물건을 살 필요는 없다고 하더라. 쇼핑은 전부 오아후 섬에서 하는 걸로 미뤄두고!

 

뉘엇뉘엇 해가 지어갈 타이밍에 와서 그런지, 거리도 한적하고 저물어가는 하늘과 매장들의 조명이 오묘한 조화를 이루어 멋진 풍경을 만들어주고 있었다.

 

우리가 들른 곳은 루스 크리스 스테이크집 (Ruth’s Chris Steak house), 스테이크도 맛있고 매장 분위기도 너무 좋다는 한 블로거의 호평을 보고 들르기로 마음 먹었다.

한창 배고픈 상태에서 들러서 그런지 여기서 먹은 모든 요리가 다 맛있었고 입맛에도 잘 맞았다. 신혼여행 첫날 저녁인만큼 분위기 좀 내보려고 했는데, 나오자마자 허겁지겁 먹어대느라 분위기도 제대로 못내고 금새 접시를 비워버렸다. 그리고 그 덕분에 사진도 제대로 못찍었다.

매장 분위기는 최고! 해안가가 보이는 위치라서 창 밖으로 해지는 풍경이 그대로 보이고, 너무나 운치 있게 느껴졌다. 그리고 해가 지고 나면 누런 조명이 더욱 아름다운 분위기를 만들어주었다. 창가 자리는 예약석인지 아쉽게도 이미 자리가 다 차있어서 대신에 홀 내부 원형 쇼파의 편한 자리를 선택. 예약할 수 있다면 창가자리로 예약해서 앉으면 더욱 멋졌을거 같다는 생각이다.

 

루쓰 크리스 스테이크 하우스. US Prime 마크가 떡 박혀 있다. 해안가 쪽에 크게 자리잡고 있기 때문에, 아울렛 주차장에 주차하고 해안가 방향으로 걸어나오면 찾기 어렵지 않다.

 

식당 내부 풍경은 이렇다. 창 밖으로 보이는 경치가 마치 그림같다. 창가 자리는 예약석이라 앉을 수가 없어서 아쉬웠다. 조용하고 여유롭게 음식을 먹는 외국인 부부. 우리는 허기진 나머지 음식이 나오자 마자 와구와구… 아마 저 부부보다 먼저 자리를 뜨지 않았을까 싶다. 이게 우리 스타일이라구!

 

나온 김에 그냥 들어가기 아쉬워서 근처에 분위기 좋은 바에 들러서, 이런저런 이야기 나누면서 신혼여행 첫날을 마무리 하다.

하루가 이렇게 순식간에 흘러가버리니 한편으로는 아쉬움도 진하게 느껴졌고… 먼 타지에서 보내는 신혼 첫날, 편한 마음으로 가만히 앉아 시간을 흘려보내는 것만으로도 즐겁고 기분이 좋았다.

결혼을 준비하는 중에는 ‘준비하는 시간이 어서 흘러갔으면 좋겠다’ 는 생각이었는데, 신혼여행을 오니 ‘제발 시간이 더디게 흘러갔으면 좋겠다’ 는 마음 뿐이었다.

 

바 테이블 위쪽에 이렇게 자동차 한대가 장식되어 있다. 바 분위기와도 너무나 잘 어울리고 멋졌지만, 혹시나 떨어지는건 아닐까 조마조마했다.

 

첫날 저녁인 만큼, 무리하지 않고 가볍게 칵테일 한 잔, 맥주 한 잔으로 아쉬움을 달래었다. 우리의 결혼을 축하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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