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로거 설문지, 나의 답변

블로그 형태의 홈페이지서부터 정식 블로그까지, 2001년부터 시작했으니.. 이제 블로거 15년차다!

처음엔 생각 노트처럼 쓰던 것이, 블로그의 트렌드 변화에 따라서 이것저것 추가되고 빠지고 하다보니 지금과 같은 모양새가 되었다.

상업적인 변화에 완전히 물들어버린 요즘 블로그 세태를 비추어보면, ‘그래도 나 정도면 초창기 블로그의 진정성 있는 모습을 많이 유지하고 있는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블로깅에 대해서 생각해보다보면 이런저런 생각이 많아진다. 결론은 항상 안타까움으로 귀결이 되고 만다. 아무리 어찌되었던 간에- 이렇게 불편한 방향으로 변화하는 모습의 결과로, 예전 ‘싸이월드’ 처럼 언제 순식간에 무너질지 모르는 법이니까…

그 자리에서 가만히 기다리고 있다 보면 언젠가는 다시 원래의 위치로 돌아오지 않을까 하는 막연한 기대를 가지고 하던걸 계속할 뿐이다.

 

다만 Blog 라는 문화 자체가 무너져버리지만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요즘 온라인 세계는 인스턴트 문화가 지배하게 되면서, 인스턴트 인간 관계, 인스턴트 사고 방식이 주가 되고 뭐든지 너무 쉽고 가볍게 만들어지고, 쉽고 아무렇지 않게 버려진다. Facebook 이나 Twitter, Instagram 과 같은 소셜 미디어는 이런 문화와 너무 잘어울리는 것 같은데, Blog 는 이런 문화와는 어울리질 않는다.

 

만약 이런 문화가 블로그 공간까지 퍼진다면, 블로그 주인들은 외로움과 허무함을 느끼며 결국 천천히 블로그를 접어갈테고 결국 인터넷 검색용 광고블로그만 남게되지 않을까… 스스로의 만족만으로도 여지껏 버텨 온 나조차도, 검색어나 소셜미디어로 순수 유입되는 200명 가까운 사람들이 아무 흔적도 남기지 않고 가버리면 허무하고 기운빠지는데. 블로그를 막 시작하는 분들은 기분이 어떨까 싶다. 정성을 다해서 쓴 포스팅을 대충 훑어보고는 쉽게 넘겨버리고, 댓가없는 정보 획득이 목적이 되다보니 소통은 온데간데 없고… ‘이렇게 소통도 없고 허무할 바엔 차라리 다른 방식으로라도 댓가를 챙기고 보자며, 결국 상업주의와 결탁하게 되는게 아닌가’ 하는 생각을… 잠시 해본다. 하지만 블로그로 홍보 효과를 내는 것도 잠시뿐, 이미 블로그 홍보글에 대한 신뢰도가 바닥을 치고 있는 마당이니- 언젠가 마케터들이 블로그를 버리고 나면, 그 때쯤 다시 원래의 블로그 문화로 돌아오겠지… 운영 업체가 블로그 사업을 접고 사용자들을 버리지만 않는다면 말이다. ‘제발 블로그를 접지 말아주세요…’

 

각론하고!

얼마전 작성한 블로거 설문지 답변 내용을 좀더 다듬어서 올려본다.

 

블로그를 개설하게 된 특별한 계기

: 2001년 대학교 입학 후 부터, 간단한 일기장 겸 생각 노트로 용도로 ‘일상과 생각을 담은 홈페이지’를 개설해서 운영하고 있었습니다. 그러던 중 2006년 경에 블로그라는 것을 알게 되었고, 자연스럽게 홈페이지와 비슷한 목적으로 블로그를 개설하고 유지해왔습니다. 그래서 블로깅을 하게 된 특별한 계기가 있었다기 보다는, 그냥 물흐르듯 자연스럽게 하게 되었다고 할까요. 게다가 홈페이지 소스 작업을 하는데 드는 엄청난 노력 등등 홈페이지를 운영하는 데에는 글을 올리는 것 말고도 신경쓸게 많고 생각보다 피곤한 일인데, 그보다 훨씬 편하고 보기 좋게 나의 생각을 보여줄 수 있다는 장점 때문에 블로그로 전향하게 되었습니다.

 

다른 Social media 에 비해 블로그가 가지는 매력

: 다른 Social media 는 일상을 사진과 이미지 같은 재료를 이용해서 간단하고 명료하게 보여줄 수 있는 매력이 있다고 생각하며, 그래서인지 포스팅들도 짧고 인상적인 내용들이 많습니다. 물론 포스팅을 읽을 때도 깊이 생각하기 보다는 빠르게 보고 넘기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래서 글이 체계적으로 한 공간에 남는다고 하기 보다는, 시간이 지나면 자연스레 묻혀지고 잊혀져버리는 경우가 많지요. ‘인스턴트’의 느낌이랄까.. 페이스북의 Timeline 시스템 처럼, 글들이 카테고리화 되어있지 않아서 이전 포스팅들을 찾아보기란 쉬운 일이 아닙니다. 물론 이런 시스템의 장점도 분명히 있습니다.

이에 반해 블로그는 자세한 생각과 내용을 다룰 수 있는 그보다 좀더 넓고 깊은 공간이라고 느껴지며, 같이 생각을 나누고 공감할 수 있는 시간적인 여유가 있는 곳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이렇게 깊고 차분하게 한 주제에 대해서 공유할 수 있는 공간이라는 점이 바로 블로그의 매력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같은 사진을 올려도, 사진에 대해서 좀더 자세히 이야기 나눌 수 있고. 같은 소재를 다루어도, 일기장에 글을 쓰듯이 자신의 생각을 좀더 구체적으로 풀어서 이야기 나눌 수 있지요. 이러한 점 때문에 한 사람의 블로그에 머물다보면 그 사람와 얼굴 한 번 본적 없음에도 불구하고, 무척 친해진 것 같은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비록, ‘인스턴트’의 시스템을 여러 검색 사이트에서 블로그에 갖다 붙이면서, 블로그도 다른 소셜 미디어와 같은 형태로 살짝 변해버린 감이 없지 않습니다만… 언젠가 다시 블로그만의 매력을 되찾게 되는 날이 오지 않을까 고대합니다.

 

블로그의 영향력

: 아무래도 앞서 말한 것처럼 한 블로거의 경험과 생각을 담은 진솔한 공간으로 느껴지기 때문에, 포스팅을 신뢰하고 공감할 수 있다는 점에서 영향력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이러한 장점 덕분에 상업적인 요소들이 블로그에 많이 침투해서 엄청난 수의 홍보성 블로그, 후기성 블로그 등이 생겨나고 블로그의 본질 자체가 변해버렸죠.. 그리고 마케팅 블로그 포스팅에 속았던 사람들로부터 불신이 생겨나게 되면서- 그 긍정적인 영향력이 많이 줄어들어버렸다고 생각됩니다. 하지만 잘 찾아보다보면 가뭄에 콩나듯, 이 어려운 시기를 잘 버텨내고 있는 블로거들이 많이 있고.. 이용자들도 이런 블로거를 가려낼 수 있는 나름대로의 기준이 생기게 되면서 그래도 아.직.은. 대중에게 미칠 수 있는 영향력이 충분하다고 생각합니다.

저도 블로그를 운영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맛집’과 같은 후기를 왠만해선 믿지 않는 편입니다. 이미 한발 늦은 블로그 마케팅을 아직까지도 큰돈 들여서 하시는 광고주들이 좀처럼 이해가 가질 않습니다. 이제 블로그 물 그만 흐리시고, 다른 홍보 수단을 활용하시는게 어떨지…

 

블로그 운영을 주위에 추천할지

: 평소 같았으면 사소하게 넘겨버렸을 만한 생각들도, 블로그에 글을 쓰면서 좀더 깊이 생각해보고 그 생각들을 정리할 수 있다는 데에 중요한 의미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좀처럼 깊은 생각이라는 걸 안하고 살게 되는 요즘 세상에- 블로깅을 하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고민하다보면 사고가 깊어진다는게 느껴집니다. 게다가 최신 평소 내 주위에서는 결코 만날 수 없을 다양한 삶을 사는 사람들과 최신 이슈에 대해서 솔직한 생각을 나누어볼 수 있는 점도 그렇고, 장점이 많은 취미 생활이라고 생각합니다. 이에 적극적으로 추천하고 싶습니다.

 

블로그를 운영하며 겪었던 어려움

: 블로그로 주소 이전한다거나, 바쁜 일상에 블로그를 잠시 쉬게 되면, 이전에 늘 방문해주던 친분있던 분들과의 연결고리가 끊어지면서 방문객이 급격히 줄어들게 됩니다. 모든게 나의 잘못이라고 생각하지만 그 안타까움은 어떻게 말로 설명할 수가 없습니다. 이렇게 방문객이 적은 시기에는 ‘이 넓은 공간에 혼자서 이야기하고 있다’고 느껴져서 그 쓸쓸함이 가장 힘들었던 것 같습니다. 블로그는 소통의 장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소통이 적은 시절이 가장 견디기 힘든 어려움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그리고 요즘에는 스마트폰으로 블로그를 많이 구경다니시기 때문에, 유입자 수는 늘어남에도 불구하고 댓글이나 소통은 극히 드문… ‘인스턴트’ 같은 느낌이 더욱 진해져 버렸습니다.

심지어는 ‘좋아요’ 버튼과 동일한 ‘공감’ 버튼 조차도 쉽게 누르지 못하시는 것 같다는 슬픈 사실… 금새 200~300개의 공감이 달리는 블로그는 파워블로거들이 아닌 이상, 대부분이 홍보용 작업 블로그 인듯 합니다.

 

악플 때문에 고생한 적

: 아직까지는 악플로 인한 경험은 없었던 것 같습니다. 블로그라는게 비록 나의 개인 공간이긴 하지만.. 악플이 달린다면 맞대응해서 말다툼을 하거나 댓글을 지우거나 무시하기 보다는 상대방 주장을 어느 정도 공감해주고 좋은 쪽으로 대응해주는게 서로에게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생각이 다른 사람은 세상 어디에나 존재하기 때문이죠. 그리고 악플을 다는 사람들도, 블로그라는 것이 그 사람 개인의 공간임을 알고, 그 사람의 생각을 바꾸려고 논쟁을 벌이기 보다는 같이 생각을 나누려는 자세로 이야기 나눈다면 ‘악플’이라는 것 자체가 없어지지 않을까 싶습니다.

악플보다는 오히려 스팸 때문에 고생을 많이했던 기억이 납니다. 요즘에는 스팸 차단 기능이 너무나 좋아져서, 수천개의 스팸 댓글이 달리는 그런 황당한 경험을 하기는 쉽지 않겠더군요.

 

블로그를 그만두고 싶었던 적

: 블로그를 그만두고 싶었던 적은 없었고, 바쁜 일상에 그만둘 수밖에 없었던 안타까운 적은 많았습니다. 사실, 제 8년여의 블로거로서의 역사 중 절반 가량은 공백기였죠. 항상 그런 공백기가 지나간 이후엔, 늘 찾아와주시던 이웃 블로거들의 발길이 끊어지게 되면서 외로운 시기가 찾아왔고.. 그 때마다 다시 블로깅을 시작하기가 쉽지 않았던게 사실입니다. 이 설문 내용을 빌어서 말하지만, 옛 블로거 친구분들- 참 그립습니다!!

By | 2018-06-09T15:49:43+00:00 2015-08-03 02:48|Categories: Blog|Tags: , , , , |0 Comme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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