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끄러운 슬픔

‘돈을 얼만큼 가지고 싶어’ 라는 단순한 질문에,

어릴 적 난, ‘십억 백억 천억’ 과 같은 그저 큰 수들로만 나열했었는데,

병원에서 산전수전을 겪고난 지금의 나는,

‘내 가족이 아플 때, 돈이 부족해서 최선의 치료를 포기하는 일이 없을 만큼’

이라는 꽤나 구체적인 대답을 만들어 내게 되었다.

 

세상을 살다보니 알게모르게 지켜야 할 사람들이 늘어간다.

지켜야 하는 사람, 그게 바로 나의 행복이기에 더욱 스스로를 채찍질 해보지만.

혹이라도 나의 부족함이 지켜야 할 사람을 지키기 못해 자책하게 될까봐 걱정이다.

 

모든 사람에게는 누구에게도 차마 말하기 어려운 슬픔이라는 게 있는 것 같다.

어릴 적 난, 많은 사람들의 그것이 ‘가난’이 아닐까 생각했었는데,

이제의 나는, 많은 사람들의 그것은 ‘자책’이 아닌가 싶다.

 

사실 돈이 있고 없고는 사는데 그리 중요치 않다.

세상 어느 누구든, 있으면 있는대로 없으면 없는대로 사는거다..

가진 것 없이도 살 수 있다. 나 혼자야 뭐든 참아내면 그만인 걸.. 굶어도, 아파도, 뭐- 그뿐이다.

 

다만, 이런 무감각은 그 부족함의 피해자가 나 혼자일 경우에만 해당한다.

하지만 모든 사람은 결코 그 피해를 자신만으로 한정시킬 수 없기에..

그래서 ‘자책’ 이 생긴다. 자책은 ‘슬픔’ 을 거쳐서 ‘아픔’ 을 만들어낸다.

 

이런 부끄러운 슬픔, 가슴 저미는 아픔, 평생동안 단 한 번도 하고 싶지 않다.

내가 가진 생각을, 나를 지키려는 사람들도 하고 있을거라고 생각하니-

요즘 멍하니 드는 수많은 생각들.

열심히 살아야 겠다. 그리고 건강하게 살아야 겠다.

By |2018-06-09T16:03:29+00:002015-05-24 17:36|Categories: Thought|Tags: , , , |2 Comments

2 Comments

  1. 마니7373 2015년 5월 26일 at 4:38 오전 - Reply

    나이가 들어가니 어느날부터 돈 때문에 고민하는
    저를 발견하고는 이런저런 생각이 많이 드네여~
    아직 추상적인 개념이지만 얼마만큼 돈을 가져야 할지도 모르겠습니다
    다만 행복할만큼 이라는 추상적인 개념만 떠오르네요…..

    • Blah.kr 2015년 5월 29일 at 3:43 오전 - Reply

      돈이 전부가 아닙니다만, 그래도 돈이 없으면 놓칠 수밖에 없는 행복도 있는게 현실인 것 같습니다.
      행복할만큼의 돈, 그게 어느 정도인지 저역시도 잘 모르겠지만, 저도 딱 그만큼만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Leave A Comment